일의 기쁨과 슬픔, 직장인의 하루를 담은 이야기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땐
약간 반어적인 느낌이 먼저 들었어요.
대체 어떤 기쁨이, 또 어떤 슬픔이 담겨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이건 단순한 ‘직장인 소설’이 아니란 걸 느꼈어요.
장류진 작가가 묘사하는 회사의 풍경, 대화,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은
제가 매일 지나치는 일상과 닮아 있었고, 그래서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어요.
단편집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했고,
거창한 결말 없이도 묘하게 마음이 울리는 대목이 많았어요.
읽는 동안은 물론이고,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았던 건
아마도 이야기 속 '나'가 너무 익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겠죠.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일하면서 문득 스치는
기대, 체념, 자조, 위로 같은 감정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어요.
📖 목차
- 1. 일은 때로 삶을 지탱하지만, 동시에 갉아먹기도 한다는 것
- 2.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거리
- 3. ‘일’이라는 이름 아래 놓치고 있는 것들
- 4. <일의 기쁨과 슬픔>을 추천하는 이유
일은 때로 삶을 지탱하지만,
동시에 갉아먹기도 한다는 것
<일의 기쁨과 슬픔> 속 이야기들을 읽으며 가장 자주 떠올랐던 감정은 모순이었어요. 우리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때로 성취감을 느끼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동시에 그 일이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책 속 첫 이야기인 <일의 기쁨과 슬픔> 에서는 그 모순이 잘 드러나요.
‘딸의 유치원 발표회’와 ‘회사 프로젝트 일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상황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고민일 거예요.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 이야기에 유독 마음이 많이 갔어요.
중요한 가족 행사보다도 회사 일정을 우선순위로 둬야 했던 날들,
그리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책에서는 무겁지 않게, 오히려 담담하게 표현되더라고요.
별일 아닌 듯 말하지만 그 안에 담긴 복잡한 감정이 더 크게 와 닿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장류진 작가는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자기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정말 섬세하게 나타냈어요.
그 감정들은 대부분 드러내기 어려운 것들이라 더 무겁게 쌓인 것 같았고요.
책 속 인물들 처럼 ‘힘들다’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괜찮은 척’을 해내야 하잖아요.
그런 장면을 읽다 보면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내 감정을
눌러왔는지도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은 늘 동시에 존재하더라고요.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은 늘 동시에 존재하더라고요.
그게 정확히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더 복잡하고 애매하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근데 이 책은 그 애매함을 ‘정리’하거나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책이 어떤 확신을 주는 대신,
독자가 스스로 마음속에 있는 질문들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거리
책 속 단편 중 하나인 「잘 살겠습니다」에서는 신입 사원이선물한 빵이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소비되고, 무시되고,
회자되는지 다루고 있어요.아무 의도 없이 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과잉으로 느껴지고,
또 어떤 이에게는 신경 쓰이는 ‘선례’가 되어버리는 그 분위기가
익숙한 듯 낯설게 느껴지는 직장 생활의 민낯을 보여주는 듯 했어요.
회사라는 공간은 묘해요. 우리는 함께 같은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만,
진짜로 마음을 열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죠.
서로를 관찰하고 있지만, 드러내지는 않아요. 친절하면서도 거리감은 유지되고,
웃으며 대화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는 알 수 없는 관계들이
복잡한 인간관계의 뉘앙스를 작가는 짧은 문장들로 참 잘 포착하더라고요.
읽다 보면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구나’ 싶은 위안이 들기도 해요.
특히 ‘배려’ 라는 말이 회사에서는 종종 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어요.
좋은 마음에서 한 행동조차 오해를 살까 조심스럽고,
정작 솔직한 말은 감춰야 하는 곳에서 진심보다 ‘타이밍’과 ‘분위기’가 더
중요해지는 조직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말수를 줄이고, 표정을 감추게 되는 것 같아요.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런 조직 내 인간관계를 무겁지 않게 보여주거든요.
오히려 평범한 일상처럼 그리기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회사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 하나하나에게도
조금 더 시선을 두게 돼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사람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도 더 많은 사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이라는 이름 아래 놓치고 있는 것들
책 전체를 다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애틋함’이었어요.단순히 일이 힘들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느라 잊고 있었던 내 마음,
무시했던 감정, 놓쳤던 관계들이 하나둘 떠오르더라고요.
특히 「백의의 민족」 같은 이야기는 직장과 개인의 경계가 희미해질수록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를 지워내며 살고 있는 지를 보여줬어요.
주인공은 그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어떤 사건이 생긴 후에는 일보다 더 중요한 ‘자기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되죠.
이건 단지 픽션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자주 반복되는 일인 것 같아요.
우리가 너무 오래 ‘일하는 나’로만 살다 보면, 그 역할이 빠졌을 때
갑자기 공허해지거나 혼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 장면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일과 삶의 균형, 혹은 그 균형을 어떻게든
맞추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느껴졌어요.
우리는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정작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이 쌓이는지,
어떤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지를 잘 모른 채 살아가요.
이 책은 그 작은 결을 조용히 들춰내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독자로서도 마음을 숨길 수 없게 만드는 순간들이 생겨요.
장류진 작가의 글은 과하지 않지만, 단단한 것 같았어요.
과장 없이 일상 속 언어로 써 내려간 문장들이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고요.
현실에서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회의실 풍경, 사무실 복도, 점심시간 대화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감정들이 이 책에는 다 담겨있거든요.
그런 장면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독서가 아닐까 싶어요.
회사라는 세계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이 책은 단순히 ‘직장인 에세이’나 ‘회사 이야기’로 분류되기엔 너무 많은 걸 담고 있어요.공감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감정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는 사람들의 내면이 조용하게 흐르고 있는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회사에 다니는 누구라도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요즘 일이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 직장에서 관계에 지친 사람,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를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줄 거예요.
무엇보다도, 이 책은 위로하는게 아닌 다만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느낌을 줘요.
그저 곁에 머물러주는 문장들이어서 더 위안이 되는지도 몰라요.
때로는 말없이 있어주는 존재가, 말로 건네는 위로보다 더 큰 힘이 되잖아요.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었어요. 일 때문에 지쳐 있다면,
혹은 내 감정을 좀처럼 말로 꺼내기 어려운 나날이라면
<일의 기쁨과 슬픔>이 조용히 당신에게 말을 걸어 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