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감정을 배우는 소년에게서 배운 것.

제가 아몬드라는 책을 읽게 된 건 우연이었어요.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의 이야기라는 설명이 마음에 걸렸거든요. 
저도 가끔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책장을 넘기며 느꼈던 건, 이 이야기가 단순히 감정을 
못 느끼는 소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이었어요. 

인물들의 말과 선택, 그리고 침묵에서도 배울 게 많았어요. 
<아몬드>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어요.
감정이란 게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이해와 수용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던 시간이었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정답은 없다는 걸 느꼈어요.

📖 목차


“그 애는 이상한 애였다. 하지만 나도 이상했으니까.”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낯선 누군가에 대한 판단보다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흔히 우리는 누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그 말 뒤에 판단을 담곤 하잖아요. 그런데 윤재는 달랐어요. 
‘이상한 애’ 라는 표현은 있지만, 그 속엔 어떤 적대감도 없었어요. 
오히려 '나도 이상했으니까' 라는 말에서 낯섦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느껴졌어요.

책의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예요.
여기서 편도체라는 것은 실제 뇌의 한 부분인데요. 감정, 특히 공포나 분노 같은
정서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영역이에요. 뇌의 측두엽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위협을 인지하고 빠르게 반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윤재의 편도체가 작다라는 설정은
단순히 특이한 뇌 구조라는 것 보단 감정 반응 자체가 생리적으로 미약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인 것 같더라고요.
 
기쁨, 슬픔, 공포 같은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스스로도 몰라요. 
그런데 이 문장은 감정을 모르는 윤재가 낯선 누군가를 보며 느낀 판단이에요. 
그 낯섦에 대해서 “나와 다르다”가 아니라 “나도 그런 사람이니까”라고 말하는 태도에서, 
저는 오히려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해할 수 없을 때, 그 사람을 틀렸다고 보지 않고, 
그냥 나와 다른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그 시선이 인상 깊었어요.

우리는 자주 '정상'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판단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잖아요.
그러나 정상의 기준은 대부분 '다수의 평균'일 뿐이고, 
개인의 차이는 때로 오해나 소외로 이어지기도 해요. 
윤재의 말처럼 자신을 먼저 이상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태도는, 
오히려 타인을 향한 깊은 존중으로 연결된다고 느꼈어요. 

다름을 거리감이 아니라, 연결의 출발점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지금 시대에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감정은 배우는 것일지도 몰라.”

이 문장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우리는 감정을 당연하게 느끼고 표현한다고 생각하지만, 
윤재의 이야기를 통해 그게 얼마나 복잡하고 훈련이 필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감정이란 게 꼭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게 아니라, 
경험하고 관찰하고 실수하면서 배워가는 것이라 느꼈어요.

윤재는 처음엔 누가 울면 왜 우는지, 
누가 웃으면 왜 웃는지도 이해하지 못해요. 
하지만 점점 그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따라 하기’ 시작해요. 
누군가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가만히 곁에 있어보기도, 
아픔을 표현하지 못해도 그 상황을 기억하려고 노력 한다던가,
그런 장면을 보며 저는, 감정을 안다는 게 꼭 무언가를 ‘느낀다’기보다, 
타인의 감정을 인정하고, 거기에 반응하려는 태도일 수 있다는 걸 생각했어요.

어쩌면 감정이라는 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회적인 능력일지도 몰라요. 
내 감정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살피고 그에 맞춰 반응하는 연습을 하는 
윤재의 행동은 감정이 없어도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감정 표현이란 것도 연습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듯 했어요.

이 문장을 읽고 난 뒤에는, 
누군가의 서툰 표현을 조금 더 여유 있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감정이 없다는 것, 감정으로부터의 자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윤재가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오히려 자유로웠던 순간들이 있었단 거예요. 
누군가는 큰 충격이나 상처로 쓰러졌을 상황에서도, 
그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기에 무너짐 없이 지나가거든요.
그 어떤 장면에서는 그게 마치 축복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감정이 없는 게 나쁘기만 한 걸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그는 중요한 사람을 잃고 나서야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걸 겪어요. 
그 감정은 복잡하고 아프고, 때론 너무 버거워 보였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부터 윤재는 진짜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 같더라고요.

감정이 없어서 자유롭던 그는, 감정을 갖고 나서 더 많은 혼란을 겪어요. 
그런데 그 혼란 속에서 사람들과 진짜 관계를 맺게 되고, 
삶의 온기를 느끼게 돼요.

결국 우리가 바라는 삶이란 것도,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 
감정을 겪어가면서 조금씩 다듬어지는 과정 그 자체일지도 몰라요. 
감정은 때로 우리를 괴롭히지만, 동시에 우리를 인간 답게 만들어주니까요. 

윤재가 겪는 변화는, 감정이라는 게 고통이 아니라 
성장의 한 방식이라는 걸 보여주더라고요.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몬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감정의 복잡성과 
성장의 방향에 대해 조용히 묻는 책인 것 같았어요.
감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 
감정을 너무 자주 겪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특별한 지식이나 
공감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걸 얘기 해 주거든요.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쌓이는 경험을 통해 익숙해지는 거라고 말해주는 듯했어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위로보다는 ‘이해’에 가까운 감정을 전해줘요.
 
억지로 울리지 않고, 과하게 다독이지 않아서 
오히려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특히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다고 느끼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감정의 거리감이 고민인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또, 감정이라는 것이 무조건 아름답거나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양한 감정의 결을 인정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잘 맞을 것 같아요.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 감정을 배워가고 있는 사람, 
감정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아몬드>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메시지를 건네는 책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