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새벽 세 시, 말을 거는 책

<익숙한 새벽 세 시>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어떤 분위기가 떠올랐어요.
고요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춘 시간. 
그 새벽에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나누는 편지가 궁금했어요. 
읽다 보면, 이 책은 단순한 서간문이 아니라 삶을 오래 들여다보는 시선들로 가득해요.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주고받는 이야기는 때로는 
조용한 위로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사유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어요. 
<익숙한 새벽 세 시>는 이해보다는 함께 고민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어요.
어쩌면 그 제목처럼, 이 책은 고요함과 묵직함을 함께 품고 있는 이야기였어요.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이론화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감정의 결을 그대로 꺼내 놓는 방식 때문에 계속 읽게 된 책이었어요.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저도 한밤중에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쓰는 기분이었어요. 
텍스트를 통해 전해지는 두 사람의 사유와 감정은 낯설지 않게 다가왔었어요.

📖 목차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 해 본 시간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답이 아니라 서로의 질문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이 문장은 책을 읽으며 유독 마음에 남았어요. 
우리는 관계에서 답을 원할 때가 많잖아요.
상대가 나를 이해해주길, 위로해주길, 어떤 확신을 주길 바라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바람 대신, 서로 질문이 되어주는 관계를 말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이해하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묻고 함께 생각을 나누려는 태도가 
진짜 관계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원영 작가는 장애를 가진 삶의 조건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김초엽 작가는 과학자로서, 또 여성으로서 느꼈던 차별이나 기대 같은 것들을
풀어가거든요. 서로 다른 시선에서 던지는 질문들이기 때문에, 답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다름이 이 책의 핵심인 것 같았어요. 

다름을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 차이를 통해 더 넓은 이해로 나아가려는 대화가 
관계란 서로의 입장을 완벽히 아는 게 아니라, 
서로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열어두는 용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우리가 흔히 대화라고 생각하는 방식이 얼마나 ‘확신’에 
기대어 있는 지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어떤 생각을 말할 땐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고, 
질문을 던질 땐 그에 합당한 대답을 기대하죠. 
그런데 <익숙한 새벽 세 시>는 그 모든 걸 조금 느슨하게 만들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라는 식의 흐름이 좋더라고요.
질문을 던지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이 문장을 통해 제가 느낀 건, 진짜 의미 있는 대화는 정답을 찾기 위한 게 아니라 
서로가 가진 물음을 나누는 데 있다는 거였어요. 
정해진 결론 없이 이어지는 대화, 그 안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대를 고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같이 생각해보자’ 말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분명히 오래 기억에 남아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문장은 단순한 인용구가 아니라, 
관계를 돌아보는 거울처럼 느껴졌어요.

느림 속에서 만나는 삶

“나에게 좋은 일은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오래 생각하게 하는 일이더라.”

요즘 우리는 기쁨, 성취, 긍정적인 결과 같은 것들을 ‘좋은 일’이라고 말하곤 하잖아요. 
하지만 이 책은 나를 오래 생각하게 만든 일들이 결국 나에게 가장 좋은 일이었다고 하거든요.
처음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진짜 나를 바꿔 놓은 순간들은 언제나 기쁨보단 ‘머뭇거림’이 있었던 때였거든요.

김초엽 작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추게 했던 순간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을 하나하나 적어가며 삶을 관찰하고 
김원영 작가는 철학적인 질문을 일상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풀어내죠. 
두 사람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들은 대부분 
‘빠르게 지나친 장면들’ 속에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연습을 다시 하게 되었어요. 
너무 많은 정보와 속도 속에 사는 우리는, 생각하는 시간을 점점 줄이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생각을 멈추지 않도록 자꾸 이야기를 건네는 느낌이었어요.
오래 머물게 만들고, 질문하게 하고, 마음속에 남게 만드는 문장들 덕분에, 
새벽의 시간은 점점 사적인 감정의 공간이 되었어요.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어쩌면 이렇게 조금씩 멈추는 연습이 아닐까 싶어요. 
세상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내가 생각한 것, 느낀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 
<익숙한 새벽 세 시>는 그 시간을 내 마음속에 만들어주는 책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느림'에 대한 미화가 아니라는 거예요. 
속도를 늦추라고 강요하거나, 느린 삶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았어요. 
그런 점에서 더 설득력 있고, 나의 삶에도 자연스럽게 닿았던 것 같아요.

새벽이라는 시간, 혼자서도 함께인 대화의 온도

이 책은 제목처럼 '새벽 세 시' 라는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 건 아니지만, 
그 분위기를 참 닮은 듯 했어요. 
조용하고, 차분하고, 때로는 약간 쓸쓸한 느낌 같은?
그런데 그 시간은 꼭 혼자 있어야만 가능한 건 아니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며, 혼자 있으면서도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두 작가가 나눈 문장들이 독자인 저한테도 말을 건네고, 
그 말에 조용히 대답하게 만드는 식이었거든요.

우리는 일상에서 대화의 온도를 너무 자주 잊어요. 
빠르고, 강하고, 때론 공격적으로 주고받는 말들 속에서, 
대화의 ‘온기’ 를 놓치기 쉬운 요즘에 <익숙한 새벽 세 시>는 그런 소란에서 
한 걸음 물러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조용한 새벽에, 마음속에 오래 남을 문장 하나를 떠올리며 하루를 정리하는 일이, 
그리고 그런 경험이 필요한 요즘, 이 책은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생각할 틈’ 을 마련해 주는 것 같았어요. 
독서라는 게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점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고요한 생각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은 조용히 스며드는 책이에요. 
강한 서사도 없고, 확신에 찬 메시지도 없어요. 
대신, 오래 남는 문장과 사유의 여백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바쁘게 살아가는 하루 끝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요. 
뭔가 확신하기보다, 그저 생각하고 싶은 사람, 혼자 있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 
그들에게 이 책은 말 없는 친구처럼 곁에 있어줄 것 같아요.

또한, 관계에 지쳤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낯선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운 게 아니라, 
오히려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듯 했거든요.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만난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나서는 무언가를 얻었다는 것 보다 
무엇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기억에 오래 남았었던 것 같아요.
나를 오래 생각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 확신보다 질문을 남기고 싶은 사람, 
그 모두에게 이 책은 필요한 새벽 한 장면이 되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