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대화 끝에, 글도 다시 시작됐어요

며칠 동안 블로그 글을 쉬었어요. 
하루만 쉬어야지 했던 게 이틀이 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며칠이 훌쩍 지나 있었어요.
글을 안 쓴다고 해서 당장 뭔가 큰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다시 글을 쓰려고 하니까 이상하게 낯설고 어색하더라고요. 
마치 오래 연락 안 하던 친구에게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려니 망설여지는 것처럼 그러네요.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막상 꺼내려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들어요.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일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 왜 이렇게 늘 여유가 없을까? 
지출은 왜 자꾸 늘어나는 걸까? 
예전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끼는데도, 
통장은 왜 더 가벼워질까?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니까 자꾸만 조급해지고,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자책도 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신랑과 나누게 된 건 며칠 전 밤이었어요. 
퇴근하고 집에서 밥을 먹고, 
거실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이런 말이 튀어나왔어요. 
"우리 요즘 돈이 왜 이렇게 빨리 없어지는 것 같지 않아?" 
평소라면 서로 피했을 대화였는데, 그날은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신랑도 저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나 봐요.
신랑이 "나도 요즘 그런 생각 많이 했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경제적인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면 안 싸운 적이 거의 없어요. 
거의 매 번 싸우게 되더라고요. 원래 신혼 땐 많이 싸운다곤 하지만요.
내가 왜 그걸 샀는지, 왜 그걸 미리 상의하지 않았는지, 
그 작은 것 하나하나가 감정이 되어 튀어나오곤 했거든요. 
저도 그게 싫어서 점점 더 대화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마음속에 쌓인 것들이 많았지만, 
꺼내봤자 서로 상처만 주고받는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무조건 내가 참자, 내가 조심하자, 
그렇게 지내왔던 시간이 길었어요.
근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어요. 
저는 속으로만 안고 있던 불안과 걱정을 처음으로 조금 솔직하게 말했어요. 
어디가 불안한지, 어떤 지출이 특히 마음에 걸렸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지에 대한 제 생각을 최대한 부드럽게 전달하려고 애썼어요. 

신랑도 그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주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그걸 왜 지금 말해?"라는 반응이 나왔을 텐데, 
이번엔 "그렇구나, 나도 그런 생각 들었어"라고 말해주니 
그동안 혼자 마음 고생 했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신랑이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그 순간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서로가 잘못을 따지는 대신, 지금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할 지를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지나간 일에 대한 비난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지를 이야기하게 된 거죠. 그렇게 말이 오가다 보니, 
이 문제는 우리가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도 생기더라고요. 
'내가 왜 이것까지 설명해야 하지?' 하는 기분보다는, 
'같이 맞춰갈 수 있겠구나' 하는 안정감이 더 컸어요.

물론, 이 대화 하나로 모든 게 다 해결된 건 아니에요.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될 수도 있고, 또 감정이 상하는 순간이 없진 않겠죠.
우린 아직 살아갈 날이 많잖아요?
하지만 이번 대화를 통해 느꼈던 건, 
'서로를 믿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순간이 오히려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거였어요. 
제가 무조건 혼자 참고 넘기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도요. 
오히려 그게 문제를 더 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비슷한 순간이 올 텐데, 
그때 이 글을 다시 보면 '우리가 그때도 잘 풀어갔었지' 하는 기억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완벽하게 잘 써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그날 있었던 내 마음을, 
나중의 나에게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써요. 

그게 요즘 제게 가장 맞는 글쓰기 방식 같아요.
잠깐 멈췄던 블로그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뭔가를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오늘의 나를 남긴다’는 
마음이 훨씬 더 편안하게 다가왔어요. 
어쩌면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힘들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할 때 
비로소 진짜 마음이 닿는 느낌이 드니까요.그래서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적어봤어요. 

누군가에겐 너무 사소한 고민일 수 있지만, 
제겐 그 시간들이 꽤 길고 무거웠거든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나도 비슷했어’라고 공감해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작은 감정들을 조금씩 나누고 싶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라도 괜찮으니까요.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거라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거든요. 
때로는 멈췄다가도 다시 걷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오늘, 아주 작은 시작이지만 제겐 의미 있는 하루예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이 기록을 남기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이렇게 마음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건 
결국 아주 평범한 하루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특별히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청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조용한 날의 틈이 오히려 마음을 열게 만들었거든요. 
자극적인 것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때로는 훨씬 더 많은 걸 들여다보게 한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예전엔 이런 일상은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런 고요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점점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 평범한 날들을 지켜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씩 나아가는 것, 
어쩌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