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초안 다듬기, 리라이팅 기술
나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몇 년 동안 조용히 혼자 글을 써보고, 쓰인 글을 다시 고쳐보는 시간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어요. 처음에는 글 한 줄 쓰는 것도 어려웠고, 쓴 걸 다시 읽는 일은 더 어색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쓰는 것 만큼이나 고치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에세이를 쓰다 보면, 가장 자유로운 동시에 가장 섬세한 과정이 바로 ‘수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엔 감정에 이끌려 쓰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글이 다르게 읽히고, 그때부터 진짜 내가 쓰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돼요.
이 글에서는 제가 써본 글들을 어떻게 다듬어왔는지, 그 흐름과 기준, 그리고 리라이팅을 통해 글이 어떻게 단단해졌는지를 경험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해요. 대단한 기술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나답게 문장을 남기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내가 쓴 글이 낯설게 느껴질 때
글을 쓴 직후엔 모든 문장이 너무 가까이 있어요. 내가 방금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상태에서 보면, 오히려 잘 썼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초안과 잠깐 거리 두는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그렇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글의 결이 보이고, 흐름이나 문장의 성격도 훨씬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때 저는 주로 ‘소리 내어 읽기’를 해요. 텍스트로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던 문장이, 실제 말처럼 읽어보면 중복되거나 길게 느껴지는 부분이 확 드러나거든요. 감정이 잘 흐르고 있는지도, 과하게 설명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소리를 통해 훨씬 선명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하나 제가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물리적 거리 바꾸기’예요. 글을 수정할 때는 장소를 바꾸거나, 노트북 대신 프린트해서 종이로 읽어보기도 해요. 눈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지더라고요. 마치 처음 읽는 사람처럼 내 글을 바라보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수정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지워야 할 때예요. 그 문장이 쓸 땐 제일 만족스러웠지만, 다시 보면 전체 흐름을 막거나 톤을 흐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과감하게 삭제하기도 해요. 다듬는다는 건 때로는 내가 좋아했던 표현과도 이별하는 작업이더라고요.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 글이 더 또렷해지고, 의도도 명확해지는 걸 느껴요. 아끼는 문장을 지워야 할 때가 오히려, 내가 글을 조금 더 잘 보기 시작했다는 증거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문장을 다듬는 기준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라면, 논리나 사실이 우선일 거예요. 하지만 에세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글이니까, 저는 항상 ‘이 문장이 얼마나 진심인가’를 기준으로 문장을 바라보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 진심은 때로 문장의 길이나 표현 방식보다, 감정의 농도에서 결정되는 것 같아요.
수정할 때 저는 강조하고 싶은 문장을 더 짧게 만들어보는 실험을 해요. 처음엔 길게 설명해야 마음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간결한 표현이 감정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때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대신 “버튼 하나 누르는 것도 귀찮게 느껴졌다” 같은 문장은 설명 없이도 그날의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줘요.
또한, 비슷한 표현을 여러 번 반복했는지 체크해요. 감정을 강조하고 싶어서 자주 쓰는 습관이 있지만, 되려 감정이 흐려질 때도 있어요. 이럴 땐 리듬을 기준 삼아 문장을 고쳐요.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부드럽게 흘러가고, 과하지 않게 중심이 잡히는 문장이 남도록요.
그리고 어떤 감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을 때가 있어요. 오히려 글 사이의 여백이나 문단 전환이 감정을 대신 말해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감정의 기운을 유지하면서 과하지 않게 조율하는 것, 저는 그게 리라이팅의 가장 섬세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의 밀도를 높인다는 건 결국, 불필요한 설명은 덜고, 나만의 감각은 더 정확하게 남기는 일이에요. 그렇게 쌓인 문장들이 모이면 글 전체의 분위기가 잡히고, 독자에게도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더라고요.
덜어내고 나서야 보이는 문장의 흐름
좋은 글은 결국 덜어낸 문장에서 나온다는 말을 점점 더 실감하게 돼요. 초안에는 이것저것 다 담고 싶은 욕심이 들어가 있거든요. 하지만 수정 단계에서 그런 욕심들을 하나씩 걷어내다 보면, 글의 중심이 드러나기 시작해요.
저는 문단 하나하나를 다시 읽으며, ‘이 문장이 지금 꼭 필요한가?’를 계속 생각해보거든요.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문장은 과감히 삭제하고, 또 다른 문장들은 앞뒤를 바꾸거나 아예 재배치하기도 해요. 이런 과정에서 전체 흐름이 훨씬 매끄럽게 다듬어지는 걸 느껴요.
특히 문단 간의 연결은 한 번 더 유심히 봐요. 각각의 문단이 제 역할을 하더라도, 그 사이 연결이 부자연스럽다면 독자의 몰입이 쉽게 깨지거든요. 앞 문단의 마지막 문장과, 다음 문단의 첫 문장을 이어 읽어보면서 자연스럽게 호흡이 이어지는지 점검해요. 간혹 문장 하나만 옮겨도 흐름이 훨씬 부드러워지기도 해요.
마무리 문장은 종종 본문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초안의 끝맺음이 너무 정리하려는 의도가 강할 때는, 오히려 중간 문장에서 더 솔직하고 여운 있는 말을 찾아 결말로 끌어오기도 해요. 에세이의 결말은 꼭 깔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살짝 열린 느낌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무엇보다 리라이팅 과정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글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내가 느꼈던 감정이 진심이라도, 그게 읽는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약해지잖아요. 그런 면에서 덜어내고 정리하는 과정은 단지 글을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진심을 더 뚜렷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에세이는 결국 ‘나를 표현하는 글’이기 때문에, 어떤 문장이든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문장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선, 한 번쯤 멈춰서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글을 고친다는 건, 단순히 문장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리라이팅을 할 때마다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고, 지금 이 이야기를 왜 쓰고 싶었는지를 더 정확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글을 쓰고 계시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완벽한 문장은 처음엔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마음을 담은 문장은 다듬을수록 더 깊어지고, 결국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문장이 된다고 믿어요.
오늘도 한 줄이라도 더 다정하게 써보려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글은 언제나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 안에 무언가를 남겨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