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의 시작과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 찾는 방법

에세이 쓰기를 시작 한 지 어느덧 몇 해가 지났네요. 처음엔 멋진 문장 하나 적는 것도 어려웠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걸 자연스럽게 문장으로 풀어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그 계기는 의외로 단순 했던 기억이 나요. 특별한 경험을 찾기보다는 내가 이걸 왜 기억하고 있지? 라는 질문에서 글의 시작점을 찾기 시작한 거예요.

예전에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인상적인 사건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이 일어나야 글을 쓰지, 했거든요. 여행, 퇴사, 연애.. 이런 큰 변화 같은 것들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오히려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문장들은 작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을요.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내가 바라보는 방식은 남들과는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에세이의 시작, 어떻게 열까? 라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동시에 일상 속에서 글감을 어떻게 발견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나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에세이 소재를 찾기에 고민이 많은 분들에게 작은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 줄의 문장이라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첫 문장을 쓰기 어려운 날

에세이를 처음 쓰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가장 막막하고 시간을 길게 잡아먹었던 부분이 첫 문장이었어요.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막상 문장으로 옮기려고 하니까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럴 때는 오히려 감정을 억지로 내비치지 말고 내가 최근에 겪은 아~주 사소한 순간부터 떠올려 보는 거에요.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의 인사 한마디, 출근길에 마주친 고양이,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우산 없이 뛰던 아주 사소하고 가까이 있었던 날들 부터요. 이 작은 경험을 떠올리면서 그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집중을 하면 그 순간에 이야깃거리가 생기더라고요.

첫 문장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면서 글쓰기가 조금 쉬워졌던 것 같아요. 때로는 오늘도 또 카페에 앉아있었다. 이런 문장처럼 아주 단순하게 시작하기도 해요. 중요한 건 그 문장 자체로 특별하지 않아도 거기 담긴 생각이 나만의 시선이라면 충분히 내 글에 힘이 생길 거에요.

또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질문형으로 시작하는 첫 문장이에요. 나는 왜 매일 이 카페를 찾는 걸까? 같은 문장은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을 이끌어내지 않나요? 질문에 답하려다 보면 내가 평소 어떤 감정을 자주 느끼는지, 어떤 장면에 끌리는지 스스로 깨닫게 될 거에요.

그리고 가끔은 어제 썼던 문장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기도 해요. 문장이 어디서 멈췄는지, 어떤 감정에서 흐름이 끊겼는지 다시 읽어보는 거에요. 어쩌면 새 글의 시작은 늘 이전 글의 뒷부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글은 계속 이어지는 흐름 같아요. 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완벽한 시작보다 일단 써보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별한 하루가 없어도 글은 써진다.

에세이를 자주 쓰는 사람에게 ‘소재 고갈’은 늘 가까이 있는 고민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쓰면서 점점 확신하게 된 건, 소재는 밖에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안에서 끌어내는 거라는 사실이에요. 다시 말해,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도 글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자주 쓰는 소재 중 하나가 ‘반복되는 하루에 대한 생각’이에요. 매일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카페에 가고, 같은 길을 걷는 평범한 루틴 속에서 ‘이 반복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에 대해 자주 써요. 반복이 주는 안정감, 때론 지루함, 거기서 오는 반성과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글감이 되어주거든요.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사진을 기록 삼아 남기는 거예요. 저는 스마트폰 앨범을 보면서 글감을 찾기도 해요. 예전에 찍었던 커피잔 사진, 해질녘 하늘, 길가의 식물들. 그때 무슨 마음으로 찍었는지를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문장이 하나씩 떠올라요. 그리고 사진엔 시간이 저장되어 있어서, 내가 놓쳤던 기억이나 감정까지 다시 꺼내보게 되더라고요.

이외에도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표정에서도 글감을 얻곤 해요. 친구의 짧은 한 마디, 부모님의 표정, 직장 동료가 무심코 한 말들. 그 순간에는 지나쳤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마음에 걸리는 말들이 있어요. 그런 기억을 붙잡고 ‘왜 그 말이 지금 떠오르지?’를 곱씹다 보면 어느새 손이 움직이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기록하려는 습관’이에요. 머릿속에서만 기억하려고 하면 금세 사라지거든요. 저는 메모앱을 자주 열어요.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도 단어 하나, 감정 하나라도 적어놓으면 나중에 훌륭한 재료가 되어줘요. 글은 그 순간은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생각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나의 시선이 담긴 순간

에세이는 사실을 쓰는 장르가 아니라, 시선을 담는 장르 같아요.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저마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기억해요. 그래서 저는 내가 어떤 걸 ‘계속 떠올리고 있다면’, 그건 분명 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이런 감각을 유지하려면 평소에도 자주 멈춰 서서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했어요. 그냥 지나쳤던 장면도 다시 한번 눈여겨보면, 뜻밖의 감정이 떠오를 때가 많거든요. ‘왜 이 장면이 나를 멈추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글의 재료가 되어주곤 했어요.

그리고 그 시선은 꼭 거창하거나 철학적일 필요는 없어요. 어떤 날은 마트에서 고구마 고르다가 ‘나 이거 왜 이렇게 오래 고민하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고, 그 장면이 글이 되기도 해요. 내가 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평소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드러나는 제 모습들이 종종 글의 중심이 되어주곤 했어요.

때로는 내 시선이 너무 평범해 보일 때도 있어요. ‘이걸 누가 공감할까?’ 싶어서 멈칫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장 조심스럽게 쓴 글에 가장 따뜻한 반응이 돌아오곤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알게 되었어요. 중요한 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느낀 걸 진심으로 풀어내는 거라는 걸요.

에세이는 ‘잘 써야 하는 글’이 아니라 ‘나답게 써야 하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니 글쓰기가 덜 무거워졌고, 훨씬 편하게 다가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태도 자체가 삶을 더 유의미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느꼈어요. 글은 결국, 삶을 기록하고 바라보는 방식이거든요.


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는 연습은 분명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글이 막힐 때는 완벽한 문장을 쓰려고 애쓰기 보다는 내 안의 작은 감정부터 꺼내서 써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누군가는 그 작은 이야기에 위로를 받게 되고, 마음을 기댈지도 모르거든요. 지금의 하루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다정한 문장이 되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의 글쓰기가 조금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네요.